
허리에 가장 나쁜 자세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무거운 물건 들 때"나 "구부정하게 앉을 때"를 꼽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 허리를 가장 많이 망가뜨린 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해온 '쪼그려 앉기'였습니다. 그때는 멋있어 보여서, 편해서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자세 하나가 지금의 허리 상태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디스크 압력, 데이터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1999년에 꽤 결정적인 실험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실제 사람의 추간판(디스크) 안에 직접 압력 측정기를 삽입해서, 자세별로 디스크 내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수치로 측정한 겁니다. 여기서 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이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물렁한 조직을 말합니다. 이게 손상되면 흔히 '디스크가 터졌다'라고 표현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실험 결과 중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등받이에 기대어 약 15도 뒤로 기울여 앉은 자세의 디스크 내압이 누워 있을 때와 비슷하게 떨어졌다는 겁니다. 흔히 앉아 있으면 무조건 허리에 나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앉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죠. 반대로 디스크 내압이 가장 높았던 자세는 허리를 구부린 채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었고, 여기에 비스듬하게 비틀기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조합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습관처럼 하던 쪼그려 앉기도 이 맥락에서 보면 설명이 됩니다. 쪼그려 앉으면 허리가 과도하게 굴곡되면서 추간판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집니다. 벤치에서도, 학교 의자에서도, 심지어 평상에서도 늘 그렇게 앉았으니까요. 할머니께서 "쪼그려 앉지 마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그냥 잔소리가 아니었다는 걸, 허리가 안 좋아진 뒤에야 실감했습니다.
운동 쪽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윗몸일으키기처럼 허리를 굴곡시키는 운동은 추간판에 반복적으로 높은 압력을 가해 퇴행성 변화를 앞당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PubMed Central — 척추 생체역학 연구). 반면 플랭크 운동은 허리를 중립 자세로 유지하면서 코어 근육 전체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추간판에 과도한 하중을 주지 않는 안전한 운동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코어 근육이란 척추를 사방에서 지탱하는 심부 근육군을 의미합니다. 이 근육이 강해질수록 디스크가 받는 충격이 줄어듭니다.
- 가장 위험한 자세: 허리를 굽힌 채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 (비틀기 추가 시 최악)
- 디스크 내압이 낮아지는 앉기: 엉덩이를 등받이에 완전히 밀착하고 15도 뒤로 기울인 자세
- 추천 운동: 맥켄지 운동(허리 신전 동작), 플랭크, 벽 밀기, 걷기·달리기, 푸시업(천천히 내려가는 동작 중심)
- 피해야 할 운동: 윗몸 일으키기처럼 허리를 굴곡시키는 반복 운동
수술보다 비수술 치료가 먼저인 이유, 제가 주변에서 직접 봤습니다
허리 수술을 받은 사람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제 주변에도 여럿 있는데, 솔직히 수술 후 완전히 좋아졌다는 사람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습니다. 수술 뒤에도 몇 달째 복대를 차고 다니거나, 오히려 다른 부위가 더 아프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는데, "가급적 수술은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두라"는 거였습니다.
이걸 단순히 개인 경험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심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가 수술 없이 경막 외 신경 차단술(Epidural Nerve Block)만으로 회복된 사례들이 임상에서 보고됩니다. 경막 외 신경 차단술이란 척수 신경과 디스크 사이 공간, 즉 전경막 외 공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차단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문제가 생긴 바로 그 자리에 약을 정확히 배달하는 방식입니다. 이 중에서 추간공 접근법(Transforaminal Approach)은 옆쪽에서 비스듬히 진입하기 때문에 전경막 외 공간에 가장 가깝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난도가 높은 대신 효과도 그만큼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North American Spine Society).
물론 비수술 치료가 무조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척추 협착증이 진행돼 다리 근력이 빠지는 근력 저하(Motor Weakness)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는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근력 저하란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걸음을 제대로 떼기 힘든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비수술 치료만으로는 신경 손상을 막기 어렵습니다.
비수술 치료의 단계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경막 외 신경 차단술을 먼저 시도하고, 3개월 내 재발이 반복되면 그다음 단계로 풍선 확장술을 고려하는 식입니다. 풍선 확장술이란 좁아진 척추 협착 부위에 풍선 카테터를 삽입해 공간을 물리적으로 넓혀주는 시술을 말합니다.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시술로도 해결이 안 될 때 비로소 척추 유합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는 게 권장 순서입니다.
제가 이 내용을 접하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값싸고 효과적이라는 단순한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제 자식들에게 쪼그려 앉지 말라고, 의자에 제대로 앉으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제 경험상, 나쁜 자세 하나를 바꾸는 것이 나중에 어떤 시술보다 강력한 예방책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자에 앉을 때 어떤 자세가 허리에 가장 좋나요?
A. 엉덩이를 등받이 쪽으로 완전히 밀어 붙이고, 등받이에 기대어 상체를 약 15도 뒤로 기울이는 자세가 디스크 내압을 가장 낮춰줍니다. 1999년 실험에서 이 자세의 추간판 압력이 바로 누운 자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니터 위치를 살짝 올려 시선이 15도 정도 위를 향하게 하면 경추(목 디스크) 부담도 동시에 줄일 수 있습니다.
Q. 디스크 터졌는데 수술 꼭 해야 하나요?
A. 다리 근력이 빠지는 근력 저하 증상이 없다면 곧바로 수술을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추간판 탈출증은 경막외 신경 차단술 같은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흡수·회복되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통증이 지속되더라도 단계적인 비수술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3개월 단위로 치료 효과를 평가하면서 주치의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허리에 좋은 운동 뭐가 있나요?
A. 허리를 굽히지 않고 펴는 방향으로 하는 운동이 핵심입니다. 맥켄지 운동(허리 신전 동작), 플랭크, 벽 밀기, 걷기·달리기가 대표적입니다. 푸시업도 내려가는 동작을 천천히 하면 코어 근육 강화에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윗몸 일으키기처럼 허리를 반복 굴곡시키는 운동은 추간판 퇴행을 앞당길 수 있어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Q. 쪼그려 앉는 게 정말 허리에 그렇게 나쁜가요?
A. 허리를 깊게 굴곡시키는 쪼그려 앉기 자세는 추간판에 지속적인 높은 압력을 가합니다. 잠깐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습관처럼 반복하면 누적 손상이 상당합니다. 제 경험상 이 습관이 지금의 허리 상태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어릴수록 바른 앉기 자세를 잡아주는 게 훨씬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결론
허리는 수술로 고치는 것보다 망가지지 않게 지키는 게 훨씬 현명합니다. 제가 어릴 때 쪼그려 앉는 습관 하나만 고쳤더라도 지금과 달랐을 거라는 후회는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허리를 구부리지 말고 펴는 자세를 생활 속에서 의식적으로 유지하는 것, 그게 어떤 치료보다 선행돼야 합니다.
이미 통증이 있다면, 성급하게 수술부터 선택하기보다 경막 외 신경 차단술이나 풍선 확장술 같은 비수술 치료를 단계적으로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근력 저하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된 경우인지 먼저 확인하고,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